이게 다 뭐냐구요?
최근에 들은 음악 플레이리스트들입니다.
그럼 오늘은 플레이리스트 추천 글이냐구요?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제가 언젠가 플레이리스트 추천 글을 쓰고싶은 것도 맞고 이 플레이리스트들을 추천하는 것도 맞는데요, 오늘은 얘네를 빌미로 다른 얘기를 좀 해보아야겠습니다. 마침 할 말이 많고 밤은 깊어서요. (밤이 깊 었 네에에~ 저는 이렇게 어떤 노래가 떠오르면 꼭 한 번은 불러주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합니다)
여름이면 이열치열이라는 표현을 자주 떠올립니다. 더운 여름을 뚫고 걸어가 뜨거운 김이 나는 라멘을 마주했을 때, "역시 이열치열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군."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은 이열치냉冷이라는 표현이 유독 제 머리를 맴돌았던 것 같아요. 눈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고, 캐롤을 들었습니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겨울을 생각하는 것이 여름을 더 깊이 즐기는 일처럼 느껴졌달까요. 여름을 타겟으로 개봉한 영화를 보는 것이나 여름에 들으라고 낸 노래를 듣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위와 같은 겨울 플레이리스트들을 골라들으며 은밀한 뿌듯함을 즐기곤 했습니다.
오늘 밤에도 여느 날처럼 산타를 기다린다느니 눈이 내린다느니 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딱 틀었는데,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스포일러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저는 스포를 정말 싫어하거든요.. 심지어는 무슨 노래를 들을까 고민하며 재생목록을 내릴 때 노래 제목을 보고 멜로디가 떠오르는 게 싫어서 최대한 빠르게 스크롤을 하는 스포 판독기입니다 제가.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잘 듣던 캐롤이
갑자기 스포처럼 느껴진 그 순간,
오늘 아침 방을 맴돌던 서늘한 공기가 떠올랐고
곧이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겨울은 더이상 여름의 반대급부에 불과한 것이 아니구나,
겨울이, 아주 서서히, 오고 있구나."
겨울이 존재감을 드러낸 이상, 캐롤은 제게 엄청난 스포로 간주됩니다. 물론 오늘 해는 여전히 뜨거웠고 저는 수영복을 사러 쇼핑몰에 갔었지만요... 아침에 잠깐 맡은 그 찬 공기는 아주 생생했거든요. 이제 한국도 아침저녁이면 가을같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공감을 못 하실까봐 구구절절 설득하게 되네요.) 암튼, 티저가 5차까지 있다고 치면 겨울의 첫 티저는 이미 나온 셈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앞으로 네 절기만 지나면 그 다음은 입동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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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으로 학교에 가서 개강 전 오티를 들었는데요. 오티가 끝난 후 친구와 테라스에 앉아 추로스를 시켜먹고 한참의 수다를 즐기다 집으로 돌아오던 순간, 처음으로 내가 이곳에 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곳에 살 거라는 인식을, 드디어 뇌가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렇게 서서히 적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돌아갈 날을 생각하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10개월 뒤에 떠난다는 사실을 생각해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아요. 오히려 이곳에서의 생활을 잘 마치고 얼른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 날,
캐롤이 돌연 스포가 된 오늘처럼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도 스포가 되는 날이 올까요?
그래서 그 사실을 외면하고 싶어지는 날도 올까요?
지금 생각했을 땐 너무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그 날이, 당연히 오겠지요.. 예상보다 빨리 올 수도 있겠구요. 이런 생각을 해봤자 흘러가는 시간을 멈추거나 빠르게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어느 날은 유난히 느리게, 어느 날은 유난히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맞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냥 캐롤을 듣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고, 이런 생각을 남기려고 메일링 하는거지 싶었어요. 가장 필요없는 물건이 머스트 해브 아이템인 것처럼, 이런 생각이 제게는 머스트 해브 생각입니다.
프롤로그에 이어 본편에서도 두 번째 글부터 끝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끝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나저나 여러분도 스포를 싫어하시나요? 사실 겨울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에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거 완전 대왕 스포네요.. 죄송합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가을맞이 마음 준비 단단히 하시길 바라며,
추신1.
이 편지를 첫 메일로 받아보신 분들, 환영합니다.
모두 새식구들을 환영해주세요~(노래방 박수소리👏🏻)
이전 메일은 https://cielo.stibee.com 에서 볼 수 있고, 답장은 https://padlet.com/jsy040114/padlet-v4k84jbua7fjysha 에 남길 수 있어요. 다른 분이 남긴 답장도 볼 수 있고, 그 답장에 댓글도 자유롭게 남기실 수 있어요! 익명이어도 좋으니 여기서 다들 인사도 나누시고, 추석인데 덕담 한마디씩 나눠보셔도 좋겠지요.
추신2.
이열치냉에 붙여쓰기 위해 한자를 검색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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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랭. 넘 귀엽지 않나요 ㅋㅋ 물소리라는 뜻을 갖는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요, 물소리라니. 물에서 나는 소리를 '령'이라고 불렀다니. 아주 흥미로운 한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추신 3.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국가 가사 하나는 참 잘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곳의 하늘 사진 몇 장을 덧붙입니다. (스페인 하늘에 대고 이렇게 말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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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___oo
(아이디 중간에 언더바가 세 개나 되는데 다들 몰랐죠?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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