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지금이 몇 시일까요
이곳 시간으로 새벽 2시 30분입니다.
아직도 시차 적응을 못 한 건 아니구요, 메일링 때문에요^^
이번 주에 드디어 개강을 했거든요. 수업 들으러 학교에 다니다 보니 정신이 없어 전날 밤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그만큼 따끈따끈한 편지를 받아보시게 되는 거니까 오히려 좋지 않나요? (뻔뻔) 사실 개강해서 정신이 없었다는 건 핑계입니다. 수업을 세 개밖에 듣지 않는 데다 어제는 하교 후 집에서 푹 쉬었걸랑요. 몇 시간 동안 사투리 심한 스페인어로 수업을 듣고 나면 아무 생각을 하고싶지가 않아져서요... 시작부터 하소연이 가득하네요 이제 저희가 좀 친해졌나봅니다 ㅎㅎ.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이번 편지에는 무엇을 담아 보낼지를 틈틈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개강 첫 주인 만큼 개강 브이로그를 찍어볼까 싶어 시도를 해봤었는데요, 시간 맞춰 버스타고 강의실 찾는 데에 바빠서 영상을 많이 못 찍겠더라구요. 이건 학교랑 조금 친해지고 나면 한 번 더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또 무슨 얘기를 적을까 생각하다가, 지난 편지에 대해 남겨주신 답장에서 읽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그 답에서 각자의 가치관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그래서 재미있는 질문이다’라는 말이었어요. 각자의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무엇에 의해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지.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음악입니다. 뭐라고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음악이 주는 강력한 힘을 당황스러울 만큼 확실하게 느낄 때가 있어요. 돌아보면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들, 심지어는 유튜브 영상이나 책까지도, 모두 그 속에 좋은 음악을 품고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하나쯤은 품고 사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구요. (물론 이 명제의 역이 성립한다고는 못 하겠지만요. 좋아하는 음악이 있는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아무튼) 음악은 제 인생에서 의식주 다음으로 정말 아주 큰 존재인 것 같아요. 의식주보다 더 중요하다고 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거짓말이니까요. 여러분도 솔직한 편지가 좋지요?
이렇게 중요한 음악과
제가 있는 이 곳의 공통점을, 최근에 발견했습니다.
그 공통점은, 낯섦이 새로움이 되고 새로움이 설렘이 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저는 어떤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보다도 두 번째 세 번째 들었을 때 그 곡의 진짜 매력을 느끼게 된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낯설다고 느꼈던 음악을 두 세 번 들었을 때, 그렇게 해서 낯섦에 아주 약간의 익숙함이 더해졌을 때, 음악은 완전히 새로운 설렘을 선사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음악도 있겠지만, 그런 것도 누가 강제로 여러 번 듣게 만들면 묘하게 중독되는 경우가 있잖아요들~ 탕 탕 후루후루)
이 곳도 마찬가지라는 걸, 이곳에 온지 2주 차인 요즘 들어 느끼고 있습니다. 낯선 공간을 새로움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또 그 새로움이 주는 설렘을 느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얼마전 발매된 신곡을 들으며 말라가 시내를 걸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듣는 음악도 지금 걷는 공간도 분명 처음 경험하는 건 아닌데, 왜 무언가 새롭게 들리고 보이는 거지..?”
전에는 낯설기만 했던 것들이 새로워지는 순간, 새로움 뒤에 찾아올 설렘에도 기대를 걸어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공간과 새로운 음악을 함께 담은 영상을 찍어보았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걸 만드느라 시간이 이렇게 늦어진 건데요.. 별 영상은 아니라서 약간 민망하려고 하니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이번 편지가 평소보다 짧은데 영상 넣었으니까 봐주세요. 따끈따끈하다 못해 뜨거운 편지 오늘도 받아주셔서 감사하고, 이 온기를 이어 추석 연휴도 마음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