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 1.
편지가 너무 짧아서 놀라셨나요?
첫 편지부터 머릿속 깊은 곳에서 꺼내온 이야기들을 생각보다 길게 담아냈다 보니, "이번 주엔 좀 가벼워져야지"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었어요. 머리와 마음에 힘을 주고 썼던 글들 모두가 진심이었고 또 꽤나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맞지만, 저희에겐 앞으로 남은 편지가 많으니까요.ㅎㅎ 잠시 쉬어가는 주도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요. 이런 게 일종의 밀당일까요? 말로만 듣던 밀당을 이렇게 해보네요.
그래도 아쉬우니까 이번 주 제 일상을 전해드리자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밀당 실패), 저는 지금 여행의 여독이라면 여독을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여독의 여가 '남을 여'인 줄 알았는데요, 여행의 여와 같은 '나그네 여'를 써서 그 뜻 자체가 '여행으로 말미암아 생긴 피로'였더라구요? 그렇다면 여행의 여독이라는 표현은 역전앞 지하철역 같은 표현이 되겠습니다. 하지만 여행의 여독이라고 쓰는 게 좋으니 그냥 그렇게 쓰겠어요.) 여독에는 여러 종류가 있어 사람마다 발현되는 양상이 다를 거라 생각하는데요, 단순한 몸의 피로에서부터 여행지에 남기고 온 아쉬움, 돌아온 일상에 느끼는 괴리감까지. 또는 여행에서 찍은 사진 정리와 비용 정산, 그동안의 밀린 일 처리 등도 여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한국에 공휴일이 많았던 만큼 휴일의 여(餘)독을 느끼고 계신 분들도 계실는지 모르겠네요. 제 여독은 어떤 종류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든 소화의 시간이 필요한 저인지라 먼 훗날 편지에 그 뒤늦은 해독의 내용이 담길 수도 있겠습니다. 적고 나니 '해독을 잠시 미뤄두고 싶은 것'이 지금의 제 여독인 것 같기도 하네요.
오늘은 이만 짧게 줄입니다.
ㄱㅇㄱㅇ밤(가을금욜밤)을 만끽하시길.
추신2.
혹시 이 ㄱㅇㄱㅇ밤에 하기 싫은 일을 하거나 마지못해 하는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플레이리스트가 위로를 드리면 좋겠습니다. 또 가을밤에는 그 누구라도 위로를 받아 마땅하니까요. 아무쪼록. https://youtu.be/zbtXLqbbLg0?si=zDfE2CtctkNIWPf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