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바람이 많이 부는 요즘입니다.
시간도 바람에 휩쓸려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일까요. 일주일이 유독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이것이 바로 밀당의 효과일까요? 밀고 당겨진 쪽은 여러분이어야 하는데요... 원래 밀당의 객체보다 주체가 더 큰 영향을 받기도 하는건지 모르겠네요. 하긴 예전 과학수업에서 내가 벽을 밀면 벽도 같은 힘으로 나를 민다고 배웠으므로, 밀당에서는 주체가 곧 객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분의 지난 일주일은 어떠셨나요? 간만에 휴일이 없는 꽉 찬 일주일을 보내느라 왠지 손해보는 기분을 느끼며 출근하셨을까요. 또 학생이신 분들은 중간고사를 비롯한 여러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으실까요. 어렸을 때, "엄마 아빠는 숙제도 없고 시험도 없어서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선생님이 내주는 숙제가 인생의 유일한 숙제요, 학교 말고는 나를 시험하는 존재가 없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습니다만, 학교 시험을 비롯해 공부해서 봐야 하는 여러 시험들은 여전히 제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과 나를 시험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면, 학생 때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분들, 같은 생각을 종종 하시나요? 또 학생 시절을 이미 지나오신 분들,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계시나요?
"그때가 좋았는데,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
이런 류의 감정은 우리를 자주 힘들게 합니다. 학생시절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닙니다. 말라가에 처음 왔을 때도 이를 뼈저리게 느꼈더랬죠. 수업이 많아도 친구들과 같이 들을 수 있는게 좋았고, 할 일이 많아도 남는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게 좋았다고, 매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러, 지난 주에 처음으로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떠난 것이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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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도착했을 때, 셜록을 보며 상상했던 그대로의 추적추적한 분위기와 버버리색 빈티지함, 그리고 거기에 묻은 도시스러움... 이런 것들 앞에서 마음이 마구 들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여행을 하고 익숙해지면서, 설레는 마음은 차차 가라앉고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겁니다.
"말라가가 좀 덜 세련되기는 했어도
사람들은 더 친절하고 날씨도 좋았는데..."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니, 말라가 가서는 한국이 좋았던 거라고 하더니, 런던에 와서는 또 말라가가 좋았던 거라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게 정말인가, 과연 나는 평생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며 살아갈 운명인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 주인공이 된 기분...까지는 솔직히 아니었습니다. 잠깐 이런 생각을 하다가 또 즐겁게 여행했어요ㅎㅎ. 아무튼, 여행을 마치고 말라가의 집으로 돌아와서 고민을 이어나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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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인지 깎아내리기인지 냉소인지 자기연민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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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민을 머릿속에서 굴리다가 문득,
이런 종류의 역(逆)체감,
즉 있다 없으니까 그제야 느끼는 감정들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이든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들 말하는 거잖아요. 직접 경험하며 시간과 마음을 쓰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있고, 그 감정들은 그래서 소중하고, 그중 하나가 바로 '지나가버린 것의 좋음'이 아닐까, 하는 겁니다.
중학교 때 도덕선생님이 "지금 너희는 힘들겠지만, 고등학교에 가면 이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평소에 그 선생님의 수업을 좋아했는데, 그 말은 들었을 때 강한 반발심을 느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나중에 더 힘들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 지금의 힘듦이 힘들지 않은 것이 되어야만 하나? 지금의 나는 나중의 나보다 어리니까 더 작은 것에 힘들어할 수 있는 거야. 미래의 나는 작은 것에 덜 힘들어하고, 또 다른 큰 것에 힘들어하겠지. 그냥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깨닫게 되는 거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어떤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하셨을지는 알지만요. 판에 박힌 말들에 딴지를 거는 사람도 가끔은 있어야 하거든요.) 무언가를 나중이 되어서야 깨달았다면, 그건 그냥 나중이 되었기 때문에 깨달을 수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은
지나간 후에야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이제 뒤돌아 보니
우린 젊고 서로 사랑을 했다고 하잖아요.
여러분에게 이미 지나가버린 좋음이 있다면
그것을 좋음으로 만든 지나옴의 시간과
그렇게 도달한 현재를 응원하며, 이만 맺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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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1.
젊음과 사랑 이야기는 아시다시피 이상은 님의 곡 <언젠가는>의 가사입니다. 세상 대부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노래에 나와있는 것이 분명하다니까요? 참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쓰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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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2.
추신은 두둑히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이번 주에 처음 가본 학교 도서관 사진을 덧붙입니다. 수업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 참고할 책을 빌리러 갔는데, 도서관이 정말 도서관다운 분위기이더군요.. 여러모로 읽고 싶은 책이 많이 생기는 요즘인데요,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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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___oo
(아이디 중간에 언더바가 세 개나 되는데 다들 몰랐죠?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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