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판에 박힌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제 지론이었는데요, 생각해보니까 판에 박힌 말들은 그럴 정도로 많이 쓰인 이유가 있겠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그동안의 거만했던 태도를 반성하며, 판에 박힌 질문들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새해 목표를 묻는 질문입니다.
김창완 아저씨는 2014년도 연말 시상식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2015년, 새해에 특별한 기대를 걸지 않겠습니다. 새해를 마치 처음 태양이 뜨는 것처럼 맞지 않겠습니다. 새해에 갑자기 내가 착한 사람이 된다거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는 망상도 접겠습니다. 새해는 돈을 많이 번다든가, 건강이 넘치길 바라는 터무니없는 꿈을 꾸지 않겠습니다.“
이 말씀을 하신 때로부터 딱 10년이 흘러 어느덧 2025년이 되었네요. (쓰고도 믿기지 않는 숫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25라니, 트루먼쇼인가요 이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 말씀은 여전히 유효한 것 같습니다. 매년 새해가 되어도 매년 내 일상은 비슷합니다. 새해라고 정말 새로운 해가 뜨는 것도 아니고, 내 몸이나 정신의 일부분이 새(해)로고침 한다고 휴대폰처럼 업데이트되는 것도 아니죠. 해는 여전히 어제처럼 둥글고,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은 여전히 그제처럼 모납니다. 이러한 사실은 변화를 원하는 이들을 실망하게 만들기도 하고, 변화를 원하지만 실제로 이뤄내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안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다만, 김창완 아저씨의 수상소감은 이렇게 끝납니다.
“다만, 새해에는 잘 보고 듣고 말하겠습니다. 대사도 잘 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라고 바뀌는 것도 없는데, 왜 우리는 결국 어떤 다짐을 하고 마는 것일까요? 왜 ‘다만’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지는 것일까요. 물론 아무 다짐도 하고싶지 않은 분들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이렇다할 목표가 없었거든요. 뭐 ‘작년에 못 이룬 다짐 이뤄보기’ 정도? (참고로 작년에 했던 다짐은 두 개였는데 둘 다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새해 목표를 묻는 질문이 기어코 찾아왔고, 결국 저는 목표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 역시 이 편지를 읽음으로써 질문을 받으시게 되었네요.
생각해둔 목표가 있으신 분들은 공유해주셔도 좋겠지요. 익명이지만 어딘가에라도 밝혀두면 가끔 그 목표를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한 번 더 의지를 다지게 될 수도 있.. 지는 않겠죠? 네 그렇게까지는 어렵더라두요. 일단 퍼뜨리고 현실이 되길 비는 서동요 기법이라든가,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비밀이지만 어디에라도 소리치고 보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기법이라든가 하는거 있잖아요.
새해가 되면 뭐 강산의 나무 몇 그루 정도 변하겠지만,
그 정도 변화라도 다짐해볼 수 있는 거니까요.
여러분의 목표는, 다짐은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다만' 뒤에는 어떤 것이 적힐까요?
추신1.
저는 지금 이탈리아 로마에 있습니다! 오늘은 당일치기로 피렌체에 다녀오는 길인데요, 지금 차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노래를 들으며 이 가사도 새해 다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 울적한 날엔 거리를 걸어보고
향기로운 칵테일에 취해도 보고
한 편의 시가 있는 전시회장도 가고
밤새도록 그리움에 편지를 쓰고파~"
마음 울적한 날에 이런 식의 해소법을 즐길 수 있다는 것… 정말 혹하는 다짐 아닌가요
추신2.
피렌체의 사진을 몇 장 넣어 봉투를 닫습니다. 한국에 미세먼지가 많다고 들었는데요, 이곳의 공기가 봉투에 담겨가길 빌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