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카페를 발견했을 때.
정말 맛있는 떡볶이 집을 발견했을 때.
쇼핑한 옷이 간만에 마음에 들 때.
길을 걷는데 날씨가 좋아서 생소한 활기가 돌 때.
내가 쓴 것처럼 느껴질 만큼 공감되는 가사를 들었을 때.
그 순간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나요?
혹은 나만의 행복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시나요.
이 지점에서 각자의 성격에 따라 큰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특히 지금과 같은 대 SNS 시대에는 말이죠. SNS 사용 여부도 사람마다 다르지만, 사용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그 방식이 천차만별로 나뉩니다. 우리는 나의 일상을 얼마만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SNS를 사용합니다. 저는 그 방식들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쪽이 됩니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내 방식대로만 하면 되는 것인데, 서로 다른 방식을 거쳐 올려진 게시물들이 너무나 획일적으로 게재되어 그 비교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괘씸한 SNS.)
다시 처음에 던진 질문으로 돌아오면, 저는 전자에 해당합니다. 어떤 멋진 순간을 만나면 누구한테 말할지부터 먼저 고민하는 사람이요. 가끔 정말 좋은 것은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에도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그 좋음을 일러바쳐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그치만 언젠가는 좋은 걸 혼자 간직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SNS에 사진을 올릴 때마다 고민을 거듭합니다.
지난 주말에 세비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여행 중 이틀동안 비가 왔지만, 세비야는 비가 와도 아름다웠고 그 사이에 있던 맑은 날은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개강 후 2주동안 학교를 다니다가 나름 오랜만에 떠난 것이었다보니, 여행의 설렘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어 좋았구요. 그런 마음으로 거닐은 세비야에서 찍은 사진들이 참 마음에 들어 SNS에 올릴지 말지를 또 고민했습니다.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서도, 거기에 담긴 기억과 시선들이 사진을 게시함과 동시에 휘발되는 기분이 들어서요. 그러다 이곳에 보내기로 결정했어요! 제 시선을 담은 사진들을 여러분들이라면 다정히 봐주실 것 같아서요.
이러한 연유로, 오늘은 오랜만에 사진 여러 장을 두둑히 담아 보냅니다. (사진이 조금 많아서 로딩이 느릴 수 있겠어요.) 요즘 편지의 분량이 짧아져서 아쉬운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자신감), 이 사진들이 그 마음에 보답이 되었으면 합니다. 모쪼록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