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써보자는 생각으로, 뒹굴던 침대를 벗어나 집을 나섰다.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생생하게 담고 싶어 테라스가 있는 카페를 찾았는데, 가려던 곳은 사람이 많았고 새로 찾은 곳은 비둘기가 많았다. 밀도 높은 시내를 벗어나려 걷다 보니 항구까지 왔다. 많이 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있는 풍경을 원했는데,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이리로 왔다니 모순이다.
항구에 올 때면 자주 가던 던킨도너츠를 뒤로 하고, 오늘은 새로운 카페에 가보기로 한다. 말라가에 산다면 자주 볼 수 있는 카페 Granier에 왔다. 밖에서 볼 때도 빵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는데, 들어와서 자세히 보니 역시 열 배는 더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오늘은 돈을 아끼기로 한 날임을 잊지 말자... 그래도 한 조각만? 인풋 없이 아웃풋을 바래서는 안 되니까. 글을 술술 써내리는 데에 필요한 아드레날린에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한 조각만? 악마(나)의 속삭임을 뿌리치며, 구조 요청을 하듯 급히 “운 까페 꼰 레체 뽀르파보”를 외친다. (‘leche’는 milk, ‘con’은 with의 의미다. 그러니 커피에 우유를 넣은 카페 라떼는 스페인에서 까페 꼰 레체가 된다. 한층 스페인스러워진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도 스페인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음을 느끼며 뜨끔한다.)
빵이 더 먹고싶어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주문을 하느라 디카페인으로 바꾸는 것도, 두유로 바꾸는 것도 잊었다. 그래도 괜찮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들고 테라스에 앉아 글을 적기 시작하는데,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일어선다. 사람구경 하려고 나왔는데... 그래도 괜찮다. 해가 지면서 밖에 계속 앉아있기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 옆에서는 직원이 의자를 하나 둘씩 정리한다. 영업시간이 9시까지인줄 알았는데 8시까지란다. 그래도 괜찮다. 괜찮은 거 맞나?
내가 앉은 테이블을 제외한 모든 테이블이 정리될 때까지 버텨봤지만 이내 직원이 보내는 살가운 미소 속 "이젠 그만 가주라"는 눈치를 외면하지 못하고 카페를 나왔다. 뭐가 이렇게 마음대로 안 되나...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이 심지어는 꽤나 자주 있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자연스레 생각이 너무 많은 성격 탓으로 그 공을 돌리게 된다. 오늘은 이런 속 시끄러운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밖에 나앉은 것인데, 곤란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