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왔어요!
(계란이~ 왔어요!와 같은 톤으로)
지난 주말, 이곳에는 섣부른 여름이 잠시 들렀다 갔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어디선가 늦잠을 잔 저를 째려보는 듯한 강렬한 시선이 느껴지는 거예요. 바로 창밖에서 내리쬐는 햇살이었습니다. 오늘은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어나자마자 준비를 마치고 외출을 강행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외출이라니요. (물론 늦잠을 자서 이미 아침은 아니게 되었었지만요) 외출한 대가로 마주한 날씨는...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끝내줬어요.
작렬하는 태양만큼이나 인상적이었던 건, 하루 아침에 따뜻해진 날씨가 무색하도록 자연스럽게 가벼운 옷을 걸쳐 입고 나온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어제도 이런 날씨였다는 듯, 이게 바로 우리의 날씨라는 듯이요. 여름 옷을 미처 꺼내지 못하고 날씨에 맞지 않는 두터운 옷을 입고 나왔다는 식의 머쓱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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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은 날에는 바다로 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역시나 해변에서도 모두가 당당하게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정부에서 "자자 오늘부터 여름이에요 다들 무얼 해야할지 아시죠? 수영복 꺼내입고 해변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라고 공식 발표라도 한 것 마냥 말이죠. 그렇지 않으면 다들 저처럼 아침에 일어나보니 여름이 와있어서 서둘러 여름맞이를 개시한 것일까요? 여름이 기본인 이곳 사람들의 삶은 어떤 느낌일지 자주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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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옆 제가 좋아하는 카페에 갔습니다. 말라가에 온 바로 다음 날 갔던 카페인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분위기도 좋아서 영업시간이 맞으면 자주 들르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흔치 않은 아이스커피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변까지 걸어오면서 스며나왔던 땀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자마자 쏙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이 좋은 걸 이곳 사람들은 왜 안 마시는 걸까요? 주말 아침에 마시는 아메리카노만큼 기분을 확실히 좋게 해주는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저를 이토록 아이스 아메리카노 예찬론자로 만든 이 날의 햇살이 얼마나 짱짱했는지, 다들 아시겠나요? 커피를 마시며 바라본 창밖에는 특유의 여유로 따스함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짱짱한 그들과 그를 감싼 햇빛을 보며, 제 마음도 유난히 짱짱히 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빨아서 햇빛에 말려놓은, 심지어는 방망이로 두들겨 먼지를 털어낸 여름 이불처럼요.
일기를 쓰다가 그 마음의 이유를 어렴풋 깨달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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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에서 무언가를 두 번째로 맞는 것이 거의 처음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한여름이었는데요, 모든 것이 처음이던 시절을 넘어 어느새 두 번째 여름을 맞았습니다. 이곳의 여름이 겨울보다 길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물을 때면 항상 가을이 아니면 봄일 거라고 얘기해왔는데, 어느새부터는 여름이 다가올 때 마음이 가장 요상해지는 것 같아요. 밝은 녹색을 배경으로 분홍색 음악이 흐르는 풍경이 떠오릅니다. 두 번째 여름을 맞게 된 마음은 선선합니다. 한 번 빨아서 한층 더 부드러워진 이불처럼요. 여기에서 보낼 초여름은 어떤 색과 온도로 기억에 남게 될까요.
아직 이른 감이 많이 있지만, 여러분도 슬슬 여름을 준비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흔히 여름 준비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런 것들 말고, 여름을 제대로 맞이할 마음의 준비요. 이불 말리듯 햇살에 몸과 마음을 내놓고 잔뜩 펴서 살균시킬 준비요! 벌써 개운한 향기가 몸을 감도는 기분마저 듭니다. 어느새 메일 발송 3분 전이 되었어요.
오늘은 개운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 편지를 종이 방향제 삼아 마음 속에 간직해 두심이 어떨까요?
섣부른 여름을 담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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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1.
해변을 구경하다가 하얀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분을 보았습니다. 목줄까지 하고 늠름히 산책을 하고 있더군요. 고양이도 산책을 하나..? 무언가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기는 했지만 고양이는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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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elo___oo
(아이디 중간에 언더바가 세 개나 되는데 다들 몰랐죠? 히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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