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사진들만으로 이번 여행과 사랑을 연결짓는 것은 다분히 억지스러울 수 있지요. (마지막에 묵었던 숙소의 이름에 '러브'가 들어간다는 점까지 감안하더라도요.) 여행을 끝낸 지금 마음 속에 '사랑'이라는 단어가 둥실 떠오르는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사실, 사랑은 제게 있어 항상, 무지 큰 무언가였다는 느낌이 들어요. 기억하는 한 제게는 언제나 좋아하는 대상이 있었습니다. 가수부터, 드라마, 노래, 친구들, 선생님, 동아리까지. 언제나 무언가 또는 누군가를 ‘덕질’해왔다고 할까요. 그것이 지금까지의 삶에서 어쩌면 가장 큰 동력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한 지도 이미 꽤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뿐 아니라 지금까지 했던 모든 여행들에서도, 벅차는 황홀함을 느낄 때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떠올랐어요. 그들과 함께 이 풍경을, 분위기를 나누면 그 감상이 배로 기억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앞으로' 사랑할 사람들이 떠올랐다면요. 그러면 이 여행과 사랑이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는 제 명제에 동의해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의 사랑이 향할 대상이 무엇일지 누구일지는 알 수 없지만, 어쩐지 그래서 더 잘 떠올리고 그려볼 수 있는 마음이었어요. 앞으로는 무엇이든 누구든 더, 아니 꼭, 사랑해야겠다는 이런 마음이 든 것은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 학교 수업에서 “회상은 어쩌면 상상만큼이나 불완전하다”는 제목의 글을 써낸 적이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백미러만 보면서 운전하면 사고가 난다"는 비유적인 문장도 보았어요. 평소에 사방에 백미러를 두고 지나온 길을 회상했던 제가 바보처럼 느껴졌습니다. 돌아본 과거는 어쩌면 상상된 미래만큼 주관적이고 불완전할지 모릅니다. 그렇기에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도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는 것 만큼이나 바보같은 일일 수 있구요.
그렇다면, 바로 그 대목을 놓고 보면,
이번 여행에서 앞으로의 사랑을 다짐한 것이
꽤나 커다란 수확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삶은 아주 작은 굴곡들로 되어 있어서 언젠가 옆으로 꺾이는 것 같아도, 뒤로 돌아가는 것 같아도 전체적인 방향은 멀리서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감히 예상하는데요, 그렇다면 또, 오늘의 이 다짐은 멀리서 봤을 때도 꽤나 결정적인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감히 바라고 싶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