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와 가사 중 어떤 것을 먼저 쓰세요?"
싱어송라이터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제게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는데요.
"제목과 내용 중 어떤 것을 먼저 쓰세요?"
저는 많은 경우에 글을 먼저 쓰고, 글을 쓰면서 혹은 다 쓴 글을 읽으면서 제목을 생각하는 편입니다. (흥미로운 서두를 위한 자문자답이었어요.) 하지만 간혹 가다, 불현듯 어떤 제목이 먼저 생각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 단어 혹은 구절을 메모장에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그에 맞는 글을 써내기도 해요. 오늘은 후자에 해당합니다. 갑자기 이 제목을 제목으로 하는 글을 쓰고 싶어졌어요.
지난 주에 (크흠) 사랑을 둘러싼 열정적인 서술을 선보였는데요, 사랑에 관해서는 이런 말도 있다지요. “사랑에서 떨어져 있는 사람만이 진짜 사랑을 잘 표현할 수 있다.” 사실 유튜브에서 본 말인데요, 저도 이 말과 비슷한 사고회로를 자주 작동시키고는 합니다. 예를 들어, 가수들이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르는 유튜브 이슬라이브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근데 정작 이걸 찍는 사람은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야? 촬영을 해야 하니까.” (물론 술을 좀 마시고 촬영하는 것도 무리가 없겠지만, 애주가에게는 술을 참고 찍는 일이 힘들 수 있으니까요ㅎㅎ) 오히려 저처럼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이 콘텐츠의 제작자로서는 더 제격이라는 점이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이것과 앞에 소개한 사랑에 대한 구절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무언가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사람이 그것을 더 잘 바라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늘의 제목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겠지요.
저는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만,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원두의 종류나 맛, 커피를 내리는 방법 등등이요. 그저 알코올을 분해하는 능력이 부족한 대신 카페인을 소화하는 능력은 꽤 괜찮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커피를 마실 뿐입니다. 커피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면요, 먼저 그 색이 좋아요. 옛날부터 갈색이 좋았는데, 커피의 진하고도 연한 갈색이 예뻐요. 또 따뜻하게도 차갑게도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여름에는 시원하게 들이키고 겨울에는 호호 불어마실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변주한 메뉴가 많아서 고민의 시간을 거쳐야만 한다는 점도 좋고요. 카페마다 맛이 달라서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을 때는 여기, 라떼가 마시고 싶을 때는 저기. 이렇게 고를 수 있는 게 좀 좋아요. 달콤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해서 또 좋네요. 아, 라떼아트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예쁜 라떼아트를 보면 반갑고 소중해서 사진을 찍고, 형체를 알 수 없는 라떼아트를 보면 웃겨서 사진을 찍고요. 어떤 쪽이든 시크해보였던 카페 직원분을 다시 흘끔 쳐다보면서 한 번 웃게 된다는 점이 좋아요.
무엇보다 카페라는 공간이 좋은 것 같아요. 아마도 사장님의 취향이 크게 반영되어 있을 그 공간을 구경하는 일이 소중하고, 그러다 저와 비슷한 취향을 만나게 되는 일이 귀중해요. 아직 취향을 투영할 공간이 방 제외하고는 없는 제게 대리만족을 주기도 하고, 역으로 내 취향이 이런 느낌이구나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그 공간을 찾아온 다른 사람들과 무언의 합의 하에 긍정적인 무관심을 주고받는 경험이 좋아요.
한국에서도 허구헌날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곤 했고, 자연히 그만큼 좋아하는 카페도 많았습니다. (엄마는 집에서 한 시간 걸리는 카페에 혼자 찾아가서 과제를 하는 제가 신기하다고 했지만요) 어떻게 보면 가장 자주 즐기는 취미였다고 할 수 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