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말라가에 와서는, 사람들이 꽃을 더 일상적으로 사고, 팔고, 베란다를 장식하는 데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한 마음에 사진을 자주 찍었어요. 다른 나라로의 여행을 거듭하면서는, 그렇게 일상과 가까이에 꽃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반가워서 사진을 찍었지요.
여행을 가면 보통 "여행지에만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빠집니다. 어려운 시간과 돈을 내서 가는 여행이니만큼, 웬만하면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어지니까요. 그리고 그런 마음은 실제로 만족스러운 여행을 해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곤 합니다. 그곳에만 있는 관광지, 그곳에만 있는 음식을 기준으로 계획을 짜고 이행하면 하루를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겠지요. 다만 그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고, 그게 저라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입니다...
저는 그 여행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그러므로 꼭 누리고 와야 하는, 그런 것들을 미리 찾아보고 준비하는 데에 이상하리만큼 소질이 없어요. 여행을 가서도 평소에 먹는 음식을 먹고 싶고, 평소에 듣는 음악을 듣고 싶고, 평소처럼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글도 쓰고, 책도 보고, 숙소 침대에 늘어져서 유튜브도 보고 싶어요. 그리고 실제로 여행지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면, 편안하고 좋으면서도 문득 뜨끔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건 평소에도 할 수 있는 건데. 여기까지 와서 이러고 있어도 정녕 되는가!"하는 식의 호통이 들리는 기분이에요.
여행지마다 만났던 꽃들도, 생각해보면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 겁니다. 말 그대로 여행지'마다'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꽃은 항상 있기에 식상해진다거나 덜 반가워지기보다, 오히려 더욱 반가운 것이 됩니다. "여기에도 꽃이 많잖아? 여기에도 꽃의 자리가 있구나. 꽃을 사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있구나." 하는 식으로 생각의 흐름이 이어져서일까요. 혹은 앞에서 말했듯 마트 앞, 지하철역, 지나가는 자전거 탄 사람의 바구니 속 등, 다양한 곳에서 꽃을 만날 수 있어서 매번 보아도 또 새롭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흔하고, 언제나 볼 수 있고, 그렇지만 매번 반갑고 소중한.
그런 꽃의 매력을 생각하면, 일상적이고 흔히 해오던 일을 여행에서 하는 것도 나름대로 특별하다고 저를 위로할 수 있게 됩니다. 오히려 멀리까지 가서도 숙소에 늘어져 유튜브를 보고, 매일 커피를 사 마시고, 지겨운 노래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마음을 갖춘 것에 박수를 쳐줄 수 있게 됩니다. 익숙한 일들은 그만큼이나 소중한 일들임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로 합니다. 흔함에 속아 반가움을 잊지 않기로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꽃을 만나면
잊지 않고 반가워하고, 착실히도 사진을 찍기로 합니다!
추신1.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추신에는 한국의 일상에서 찍은 꽃 사진들을 첨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