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저는 이곳과의 작별을 준비하고 있어요.
말라가에 착륙하는 비행기 창문을 바라보며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던 것이 뻥 안 치고 엊그제 일 같은데 말이지요. (사실 뻥을 하나도 안 보태고 말하면 두 달 정도 된 것 같네요. 그 이상은 저도 양보 못 합니다.) 이제는 관념적 여름을 넘어서 푹푹 찌는 실질적 여름으로 들어와서 그런지, 도착했을 당시의 더위와 지금의 더위가 어떤 틈도 없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에요. 겨울 동안 있었던 그 많은 일들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시간이 반으로 접혀 지난 여름과 이번 여름이 맞닿은 것 같달까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겨울의 한가운데를 떠올릴 때면 꼭 그렇게 아득해져 버리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지난 크리스마스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6개월 전이 아니라 몇 년 전 일처럼 멀게 느껴지지 않는가요?
정말로 거창해지지 않으려고 하고, 호들갑 떨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그러기엔 제가 너무 오래 전부터 이곳과의 작별을 의식해 왔더라구요. 거의 작별하려고 만남을 시작한 사람처럼, 이곳에 온 첫 날부터 떠나는 날을 끊임없이 상상했어요. 그런데 그 날이 저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고 있으니,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오로지 작별에 대한 생각만 하게 됩니다. 메일만 해도요. 지금 몇 주째 마무리 멘트같은 편지만 써보내고 있는 건지… 사실은 요 몇 주 동안 제 편지가 정말 맘에 들지 않았거든요.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 같고, 보는 사람은 지겹고 구차해 보일 것 같고. 그래서 그 주제에서 멀어지려고 노력해봤는데, 그럴수록 더 알맹이 없는 내용만 쓰게 되는 것 같아 그냥 포기하려는 참입니다. 이젠 한 통 밖에 안 남았으니 그러려니 해주기를 바랍니다.
아무튼요. 이제는 작별에 집착하는 제 모습을 시인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고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좋은 작별을 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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